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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인생영화, 솔직리뷰

by 심플하고 옹골지게 2022. 3. 21.

오베라는 남자, 영화보다는 책으로 먼저 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장편소설로 한국에서는 2015년 5월 20일 반매, 2016년 5월 영화화되어 개봉했습니다. 

 

참, 그 책을 저는 읽진 않았다. 표지가 너무 예뻐서 빌려서 가지고만 있다가 초반 몇 페이지를 읽어보고는 '참 긴 소설이구나'하고 반납했던 기억이 있는 책입니다.


그는 아내의 곁으로 갈 수 있을까요? (줄거리)

고집불통에 까칠한 남자 오베, 자신이 평생을 바쳐 사랑한 아내를 잃고, 그녀를 따라갈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나 번번이 그 계획이 틀어지게 됩니다. 이웃인 패트릭의 차를 고쳐주게 되고, 어쩔 수 없이 고양이를 집에 들이기도 하며, 기차에 치여 죽으려고 했던 계획 중에는 기차에 치일 위기에 처한 누군가를 구하기도 합니다. 성질나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매번 그 일을 처리해내는 그. 자신의 계획을 막는 사람들이 성가시지만, 그는 그의 방식대로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그들에게 어쩔 수없이 도움을 주게 됩니다. 

 

그렇게 그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좋은 사람이 되어있습니다. 앞집에 사는 파르바네, 운전을 못하는 그녀의 운전 연습을 돕기도 한다. 패닉에 빠진 그녀를 운전을 할 수 있게 돕기도 하고, 가정폭력을 당하는 이웃을 구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친구가 원치 않게 요양원에 끌려가는 것도 막게 되지요. 괴팍한 그이지만 이웃을 위한 일을 하며, 그렇게 자신의 아내를 따라가고자하는 계획이 미뤄지게 됩니다. 

 

결국 이웃의 사랑 속에서 편히 잠든 오베

그런 그는 결국 편안한 모습으로 아내를 따라가며 영화를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그의 유언장을 발견한 파르바네. 파르바네는 오베의 아내인 소냐에게 말합니다. 

 

당신의 남편을 잠시 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해왔던 오베

"그는 정의와, 페어플레이와, 근면한 노동과, 옳은 것이 되어야 하는 세계를 확고하게 믿는 남자였다." 책 속의 한 구절입니다.

"훈장이나 학위 칭찬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래야 마땅하기 때문이었다."

소냐는 위와 같은 이유로 그 남자, 오베를 붙잡게 되지요. 

 

위의 문장을 통해 볼 때, 그는 꼬장꼬장하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이외에는 타협도 없는 인물로 그려지지만 그의 세계에서는 옳은 일을 추구하는 정직한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 전반적으로 우리는 느낄 수 있습니다. 그의 가슴속에는 무엇보다도 뜨거운 사랑을 품고 있다고요. 

 

요즘은 이상하게도 이런 영화를 계속 가슴에 새기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아마 제게 너무 사랑이 메말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기도 합니다. 회사 일에 지치고, 어느 순간 아등바등 저만 살겠다고 발버둥 치는 저의 모습을 봅니다. '돈 많이 벌자. 일단 내가 살고 보자.' 이런 마음인 것입니다. 그런 저의 모습에 때론 실망하기도 하고요. 그런 상황 속에서 한참 전에 만났던 이 책의 표지를 시작으로 이렇게 따뜻한 영화를 다시 접한 것은 제게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베, 그 안에서 우리 아빠를 보았다 

서툴렀던 오베, 딱 우리 주변에 꼰대라고 불릴 만한 그 안에서 저희 아빠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어린시절 아빠의 사무용품을 만지다가 스테이플러 심이 손에 박혀 피가 줄줄 흘렀던 적이 있어요. 너무 아프고 놀랐지만 나는 바로 옆에 있는 아빠에게 말하지 못했습니다. 저의 아픔을 위로해주기보다는 일단 화를 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러했을지는 모르지만, 제 마음속에서는 저의 아픔보다는 혼날 생각에 더 무서웠던 기억에 납니다. 늘 저에겐 무섭고 미운 아빠였어요.

 

사실 이해하기 싫었고, 이해할 수 없었던 분이셨는데요, 어느덧 시간이 흘러 20대가 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30대에는 독립을 하고 부모님과도 어느 정도 거리감을 가지고 되면서부터 저의 아빠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외롭다고, 심심하다며 연락하는 그를 보며 새삼 놀라기도 하고요. '아, 그때는 자신의 마음을 돌볼 여유도 없이 살아남기 바빠서 그러셨구나' 이해를 하게 됩니다. 제게는 참 무섭고 모진 사람이었지만 '그게 그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방법이었을지도 모르겠나'라고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부족함 없이 자랄 수 있었음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낍니다. 아빠는 참 정이 많고 따뜻한 사람임을 이제는 알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혹은 마음이 허전할 때 보면 참 좋을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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