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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 떠난게 아니라, 돌아온거라고

by 심플하고 옹골지게 2022. 3. 23.

2018년 여름, 일에 치여서 몸과 마음이 힘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무작정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옮겨서 엄마와 함께 봤던 영화가 있었어요. 무슨 내용의 영화인지도 모른 채 보았는데 마침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담고 있더라고요. 두 시간을 푹 빠져서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영화관을 나올 때쯤에는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있더라고요. 내가 힘들 때 찾을 수 있는 "리틀 포레스트"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가슴에 품고요.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영화가 였습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음식하고 먹는 장면만 봐도 정말 행복해서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는 가끔 보지 않더라도 배경으로 틀어놓기도 한답니다. 

 

오늘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 리뷰 시작하겠습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리뷰, 줄거리, 결말

 "배가 고파서 온 거야"

서울에서 임용고시를 공부하던 혜원이는 고향에 내려옵니다. 그녀도 고등학생까지는 시골에서 보냈지요. 아픈 아빠가 일찍 세상을 떠나고 엄마와 살던 혜원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게 되면서 시골을 떠나 독립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 아르바이트로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 때우기를 반복하다가 정말 배가 고파서 고향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그리고 돌아오자마자 그녀는 밭에서 배추를 뜯어 뜨끈한 배춧국과 함께 뜨거운 밥을 배불리 먹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혜원에게는 남자 친구가 있었어요. 같이 임용고시를 하고 있었는데 그는 합격하게 되고, 혜원은 그렇지 못했죠. 혜원은 그에게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 건네지 않은 채 연락을 끊고 도망치든 고향으로 온 것입니다.

 

고향에 혜원의 엄마는 없습니다. 그녀는 평생 아픈 남편을 간호하고, 혜원이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함께하다가 자신의 삶을 살고 싶다는 편지를 남기고 떠났기 때문입니다. 그런 엄마를 이해할 수 없는 혜원은 겉으로는 강한 척 하지만 엄마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원망을 품고 살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게 혜원은 시골에 내려와서 자연에서 나는 작물로 요리를 해주던 엄마를 추억하며 스스로를 위한 따뜻한 음식을 만들어 먹습니다. 친구들에게는 늘 곧 서울에 갈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결국 4계절을 보내게 됩니다. 봄이 올 때쯤, 혜원은 무언가를 결정한 듯 서울로 떠납니다. 혜원은 어떤 결정을 한 것일까요? 

 

여름밤, 계곡 위 인삼주

고향에는 혜원의 두 친구가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매번 서울로 갈 거라고 얘기하지만 이곳에서 나고 자라서 은행원으로 일하고 있는 은숙, 서울의 큰 기업을 다녔지만 회사에 지쳐 결국 그만두고 아버지의 과수원을 이어받은 재하입니다. 울창하고 생명이 가득한 과수원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청년 농부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여름밤 계곡 위 혜원, 재하, 은숙 셋이 모여 인삼주를 먹는 장면입니다. 아주 커다란 돌 위에 자리를 펴고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며 친구들과 좋은 시간 보냅니다. 아름답고 울창한 자연, 그리고 여름밤의 조합은 정말 너무도 매력적입니다. 게다가 은숙이 몰래 가져온 아버지의 인삼주는 자리를 더 즐겁게 만들어주죠. 열심히 살다 보면 주변 관계에 소홀해지곤 하는데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장면이었어요.

 

엄마에 대한 혜원의 마음

혜원의 엄마는 자식 그리고 남편을 위한 맹목적 희생의 이미지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녀는 혜원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 그녀를 잘 보살폈지만,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을 때는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떠납니다. 어디를 떠났는지, 무엇을 하기 위해 떠났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 영화에서도 크게 관심 두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혜원은 분명 갑작스럽게 자신만 두고 떠난 엄마가 밉기도 하겠지만, 어렴풋이 엄마를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늘 자신의 힘듦을 녹여주는 지혜로운 존재였기 때문이죠. 

엄마와 혜원의 관계를 생각해보고, 엄마가 집 곳곳에 남긴 쪽지를 따라가며, 영화의 마지막에는 그 둘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가며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마음이 허기질 때 꺼내볼 영화

가끔 마음도 쉬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리틀 포레스트는 혜원이 말한 것처럼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고, 마음이 허기지는 순간 고이 간직하다가 꺼내고 보고 싶은 그런 영화였습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삶이 정답이 아닙니다. 귀농, 귀촌을 한다고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아니겠지요. 중요한 것은 내가 지칠 때 내 마음을 편히 쉬게 할 수 있는 나만의 작은 숲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어디서든 내 마음이 주인이 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여파였을까요? 한 2-3년 전부터 귀농, 귀촌을 선택하는 20-30대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전국적으로 2019년 1209가구에서 2020년 1362가구로 증가했다고 하지요. 자연과 가까이 살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함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농업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사업을 위해 귀농을 한다고도 합니다. 최근 한참 인기 있는 춘천의 감자빵 이미소 대표도 생각이 납니다. 그녀는 동갑내기 농부인 남편 (최동녘 님)과 함께 감자 농사를 짓고, 수확한 감자를 통해 감자빵이라는 엄청난 상품을 만들어서 연매출 100억 이상의 어마어마한 성장을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흔치 않은 선택을 하고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가꾸어 나가는 이야기는 늘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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